시카고는 세계 환경사에 이름이 새겨져 있는 도시이다. 참혹한 환경 재난이 일어났던 도시에서 세계 최대 호반의 도시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1803년 포트 디어본 군사 기지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시카고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이후에 시카고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발전을 거듭하던 시카고는 1871년의 대화재로 위기를 맞았다. 이틀간 계속된 화재는 도시의 3/2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약 300명이 숨졌고 10만여 명이 살 곳을 잃었다. 그러나 대화재 이후 시작된 재정비 사업과 더불어 시카고는 오히려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도심에는 마천루가 들어섰고, 화재 당시 30만 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재정비 사업 이후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급속한 인구 증가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야기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거리는 배설물과 쓰레기로 넘쳐났다. 오염된 생활하수는 시카고 강과 칼루메 강에 그대로 방류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장티푸스가 창궐하여 9만여 명이 사망했다.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다 빚어진 대참사였다.

두 번의 대참사를 겪은 시카고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토목공사를 계획하게 된다. 미시간호로 흐르고 있던 시카고 강과 칼루메 강의 유역을 변경하여 데스 플레인즈 강으로 흐르게 하는 대역사였다.
공사의 효과는 환경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이었다. 공사가 마무리되자 미시간호의 수질은 개선되었고 전염병의 기세도 수그러들었다.
시카고 운하는 시카고를 내륙 교통의 요충지로 만들었다. 미국 중서부의 대평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시카고를 거쳐 팔려나갔고, 세계 최대의 곡물시장이 시카고에 들어섰다.
한편 시카고의 성공은 다른 도시에도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시애틀시는 도시가 교외로까지 팽창하면서 워싱턴 호의 수질을 악화시키자, 교외 지역의 생활하수를 피젯 만으로 흐르게 하여 호수의 수질 개선을 도모하였다.
이처럼 시카고는 운하 건설과 유역 변경을 통해 환경 재난 도시에서 세계 최대 호반도시가 된 사례로 환경사에 남게 되었다.
환경이 소중한 이유는 세대를 초월하여 언제 인간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부메랑 효과 때문이다. 과학적인 환경사랑은 풍요롭고 윤택한 삶, 지속 가능한 발전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게 해준다.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바람이 잦고 강한 곳이다. 시카고의 바람이 이곳에서 시작된 과학적인 환경사랑을 지구촌 곳곳에 퍼뜨려 주길 바란다.
부국환경론 | 박석순
<부국환경론> 2018 개정판. ‘가난과 부’라는 양극 사이에서 환경이 차지하는 위치를 정립하고, 가난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고 있다. 평생을 환경문제에 천착해 온 박석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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