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세계 환경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참혹한 환경 재난이 일어났던 이곳이 성공적인 생존 전략으로 세계 최대 호반도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카고는 어떻게 환경 재난 도시에서 세계 최대 호반도시로 거듭난 것일까?

1803년 포트 디어본(Fort Dearborn) 군사기지가 들어서면서 시카고는 점차 도시의 모습을 갖추었다. 1825년에는 이리 운하(Erie Canal)가 개통되어 뉴욕까지 배가 드나들 수 있게 되었고, 1834년에는 시카고 시(市)가 만들어졌다.
번영을 거듭하던 시카고는 1871년 발생한 대형 화재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후 시작된 재정비 사업을 발판삼아 시카고는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도심에 마천루가 들어섰고, 인구도 급속히 증가하여 화재 당시 30만에 불과했던 시민이 100만을 돌파했다.
그러나 급속한 인구 증가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했다. 인구가 늘어나자 거리는 배설물과 쓰레기로 넘쳐났다. 오염된 생활하수는 시카고 강과 칼루메 강에 그대로 방류되었다.
얼마 후 장티푸스가 창궐하여 9만여 명이 사망했다.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다 빚어진 대참사였다.

대참사를 극복하기 위해 시카고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토목공사를 계획하였다. 시카고 강과 칼루메 강의 유역을 변경하는 대역사였다. 하수로 오염된 두 강의 흐름을 역류시키고, 이곳에 배가 다닐 수 있게 한 것이다.
시카고 운하(CSSC: Chicago Sanitary and Ship Canal) 건설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시카고의 하수가 미시시피 강을 따라 대륙의 남쪽으로 흘러가게 되면서 미시간 호의 수질은 개선되었고 전염병의 기세도 잦아들었다.
시카고 운하는 또한 시카고를 교통의 요충지로 만들어 주었다. 세계 최대 곡물시장(시카고 선물거래소)이 만들어졌고, 미국 중서부의 대평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이곳을 통해 팔려나갔다.
특히 1959년의 세인트 로렌스 운하 건설은 시카고 경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미국은 전체 물동량 중 6.2퍼센트를 내륙주운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시카고가 중심이 되는 미시시피 강과 오대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시카고의 성공을 본 다른 도시들도 유역 변경을 행했다. 시애틀이 대표적이다. 시애틀 시는 도시가 교외로까지 팽창하면서 워싱턴 호의 수질을 악화시키자, 교외 지역의 생활하수를 피젯 만으로 흐르게 하여 호수의 수질 개선을 도모하였다.
이처럼 시카고는 운하 건설과 유역 변경을 통해 환경 재난 도시에서 세계 최대 호반도시가 된 사례로 환경사에 남게 되었다.
환경이 소중한 이유는 세대를 초월하여 인간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부메랑 효과 때문이다. 과학적인 환경사랑은 풍요롭고 윤택한 삶, 지속 가능한 발전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게 해준다.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바람이 잦고 강한 곳이다. 시카고의 바람이 이곳에서 시작된 과학적인 환경사랑을 지구촌 곳곳에 심어주길 바란다.
부국환경론 | 박석순
<부국환경론> 2018 개정판. ‘가난과 부’라는 양극 사이에서 환경이 차지하는 위치를 정립하고, 가난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고 있다. 평생을 환경문제에 천착해 온 박석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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