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 대구 시민들은 수돗물에서 이상한 맛과 냄새를 느꼈다. 원인을 추적한 결과 상류 지역의 공단에서 페놀 유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다.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환경 재난 사례 중 사회적 파장이 가장 컸던 사건으로 환경운동을 촉발시키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영남의 젖줄로 불리는 ‘낙동강’은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과 의성군 단밀면, 그리고 구미시 옥성면과 도개면이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구미시 시가지와 칠곡군 약목면과 석적면이 만나는 지점에 걸쳐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상이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1991년 3월 16일 ‘유독성 화학물질’인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낀 것은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대구 시민들이었다. 수돗물을 마신 시민들이 수돗물에서 이상한 냄새와 맛이 난다고 호소했고, 원인을 추적해보니 구미 공업단지에 위치한 두산전자에서 페놀 유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두산전자는 페놀 원액을 저장탱크에서 생산 공정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평소 사용하던 지상 파이프가 고장나자 예비용 지하 파이프를 대신 사용했는데, 예비용 지하 파이프의 연결부에 이상이 생겨 페놀 원액 약 30톤이 유출되었고, 유출된 원액이 배수구를 통해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시민들이 유독성 화학물질 유출 사고의 감지기 역할을 한 셈이다.
페놀은 특유한 냄새와 독성이 있는 유기물질로 각종 암을 유발하고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두산전자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누출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두산전자가 계속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자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두산전자에 조업 정지와 시설 개선을 명령했다.
그런데 정부와 두산전자가 돌연 조업 재개를 결정했고, 이것은 제2차 페놀 유출 사고로 이어졌다. 지상배관 이음새 고장으로 페놀 원액 약 1.3톤이 또다시 유출된 것이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환경 재난 사례 중 사회적 파장이 가장 컸던 사건이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환경 재난이 발생했다. 하지만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는 과거 그 어떤 사건보다도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국민들의 분노는 두산그룹 제품에 대한 전국적인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두산그룹은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환경시설과 환경 교육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페놀 기업이란 오명을 벗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당시 서둘러 조업 재개를 결정한 환경처 장관과 차관은 강제 사직 당했고, 사건 은폐를 시도한 7명의 공무원들은 구속되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는 정부가 적극적인 수질 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은 곧 국민의 생존권이라는 것을 깨달은 정부는 1993년의 ‘맑은물 공급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강력한 물 관리 대책을 시행해 나갔다. 하수처리장 건설, 하수관로 정비, 오염하천 정화 등과 같은 주요 환경기초사업들이 추진되었으며, 오염총량관리제, 수변지구 지정, 상수원 보호구역 토지매입, 자동측정망 설치, 유역통합관리시스템 등과 같은 선진 물 관리 제도와 기술이 도입되었다.
한편 낙동강 페놀 누출과 유사한 사고가 선진국에서도 수없이 반복되었다. 유해화학물질이 강으로 흘러들어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상수원을 오염시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사건은 환경 재난의 단골 메뉴였다. 이에 선진국들은 사고 예방에서부터 사후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과 정책을 개발하여 피해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이러한 행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물 관리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에서는 여전히 각종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곧 국민의 생존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환경재난과 인류의 생존전략 | 박석순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형태의 환경 재난을 발생 배경과 원인, 전개 과정, 결과와 피해, 후속 대책 등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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