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석학이자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학 교수는 『Japan as Number One』이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세계는 일본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일본 경제의 기세는 그만큼 대단했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일본 정부는 갈피를 잡지 못했고, 일본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1. 일본 경제의 화려했던 시절
일본 경제 호황기의 문을 연 것은 ‘진무경기(神武景気)’이다. 진무경기는 1954년 11월부터 1957년 6월까지 약 31개월에 걸친 경기확대기로, 여기서 진무란 전후 일본이 처음으로 경험한 호황기라는 뜻이다.
이 기간 동안 일본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고도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대량생산과 자동화로 대표되는 기업의 설비투자였다. 여기에 신소재에 대한 투자도 가세하면서 합성섬유가 급속히 보급되었다. 민생용 기술혁신이 크게 발전하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니(sony)가 트랜지스터를 완성했던 시기도 이때이다.
기술 혁신은 소비 패턴의 변화를 불러왔다. 라디오, 미싱, 자전거 등에 국한되던 소비가 기술 혁신 덕분에 대중 소비사회로 돌입하면서 흑백TV, 냉장고, 세탁기 등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한편 당시 일본 샐러리맨의 저축률은 10%에 육박했다. 이렇게 저축한 돈은 은행을 거쳐 고도성장의 주역인 기업으로 흘러가 다시 설비투자로 이어졌다. 패전 후 정부의 국가경제 운용방법을 신뢰한 일본 국민들이 저축에 힘을 기울이며 선순환 성장구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진무경기 동안 일본 경제는 이처럼 맹렬한 기세로 성장하였다. 명목성장률이 14%, 실질성장률이 9%에 달할 정도였다. 전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인플레이션까지 진정 상태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더 이상 한국전쟁과 같은 특수가 발생하지 않아도 자율적인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만큼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1957년 6월을 정점으로 진무경기는 하강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경기확대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생산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특히 철강, 전력, 수송 등에서 현저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났고, 하필이면 이때 외환위기까지 몰리면서 금융긴축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무경기는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기의 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2. 흔들리는 경제 속 갈피를 잡지 못한 일본 정부
1980년대 전반까지는 일본식 경제체제와 메인뱅크제도가 사회주의국가 및 개발도상국이 추구해야 할 성공적 모델로 제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이란 용어가 말해 주듯이 버블의 팽창과 붕괴가 실물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식 경영체제는 비난받기 시작하였다.
뒤늦게 버블을 감지한 일본 정부는 과거와 반대로 금융긴축정책을 실시했다. 즉 1989년 5월부터 공정금리 2.5%를 시작으로 1990년 8월에 이르기까지 15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무려 5차에 걸쳐 6% 수준까지 상향 조정하였다. 공공주택토지개발공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동산 관련 대출을 일정 규모로 규제하는 대출총량제도를 실시하여 부동산 관련 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그런데 이 다음 정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금리인상으로 자산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뒤따르자 이번에는 다시 금리인하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그야말로 널뛰기 정책이 따로 없다.
일본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일본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최고치인 38,915엔을 기록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뉴스 이후에는 20,221엔까지 급락하였다. 토지가격은 1991년 가을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일본의 6대 도시(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교토, 오사카, 고베)의 지가가 몇 년 사이에 반토막 가까이 하락하였다.
플라자합의 이후 버블이 발생하고 그 후 장기간에 걸쳐 경기침체에 빠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은 일본 정부의 갈피를 잡지 못한 금융정책은 결국 실패라는 낙인이 찍히고 만다. 이러한 비관론이 일본 때리기로 반영되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를 가져왔고, 1995년 후반에는 일본의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외국 은행에 비해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하는 저팬 프리미엄(Japan Premium)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일본 경제 고민없이 읽기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에 봉건국가에서 서구 자본주의 사회로 급속히 전환하였으며 패전 후 불과 20여 년 만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역사적인 연속성 속에서 오늘날의 일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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