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의 시대가 종식된 이후의 세계에서는 대표민주제와 시장 시스템이 수많은 나라에 있어 자명한 전제가 되어, 그 틀 내에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예언했다. 그러나 후쿠야마의 예언은 틀렸다.
1. 중산층의 붕괴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에서 그려진 자동차 공장 노동자의 안정적인 생활은 1990년대 미국 사회의 정경이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노동자에게도 분배되었고,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한 복지 제도가 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선진국의 경제 환경은 크게 변화하게 된다. 가장 큰 원인은 ‘사회주의체제의 붕괴’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석권’이다.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중산층은 급속히 해체되었다. 그리고 경제적 불안정의 증가는 과거 중산층에 속했던 사람들의 ‘정치의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부의 무한한 추구 및 탐욕의 정당화는 이제 세계적인 풍조가 되었다. 규제 완화나 민영화가 경제 정책의 표준이 된 것이다.
이와 반면 20세기 후반 복지 국가를 주도했던 중도좌파정당은 시대에 대응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점차 힘을 잃어 갔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2010년 사회당의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했으나 별다를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물러났다. 이러는 사이 몰락한 중산층은 서민의 편을 표방하는 신기한 리더나 정당을 지지하게 되었다.
2. 민주화의 패러독스

미국 독립선언문 1절에는 “모든 인간(all man)은 신에 의해 평등하게 만들어져 빼앗길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이 쓰여진 때로부터 1세기 반에 이르는 동안 모든 인간은 ‘백인 남성’만을 의미했다.
1960년대 이후 학생 운동, 여성 해방 운동, 공민권 운동 등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종래에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 평등과 권리를 획득하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에 의하면 여성, 흑인, 이민자 등이 평등과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올바른 프로세스’이다.
종래 사회의 다수파였던 사람들, 대표적으로 백인 남성들은 정치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에 피해 의식을 지니기 시작했다. 남성만이 사회의 상부에 군림하고, 소수자는 가만가만히 쫓겨나 있던 시대를 안정된 시대라고 여기는 ‘잘못된 노스텔지어’가 퍼져나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백인 남성들의 심리를 이용하였다. 1970년대 이후 공적인 장소에서 소수자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모독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터부시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차별 발언을 반복하며 지지를 집결시켰다. 또한 정치적인 적을 공격할 때에 날조된 정보를 사용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이처럼 민주화를 향한 역풍이 강해지는 가운데 민주정치의 전제조건으로서의 정확한 정보의 공유, 성실한 발언, 이성적인 토론 등의 태도는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민주주의는 끝나는가? | 야마구치 지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일본정치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증오와 공포를 이용한 강권정치에 대해 우려하는 야마구치 지로는 민주주의를 끝내지 않기 위해 사고와 행동의 가이
www.aladin.co.kr
'책으로 나누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잘못된 정치에 분노하지 않는 일본 국민 (0) | 2026.05.12 |
|---|---|
|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은 ‘올바른 공존’을 할 수 있을까? (1) | 2026.05.07 |
|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정과 사죄가 우선이다 (0) | 2026.04.22 |
| 고령화와 로봇 (2) | 2026.04.20 |
| 개인의 억압, 무너져가는 자유 (0) | 2026.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