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부에서 실시한 사회의식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부터 일본 국민들의 사회나 정치를 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때는 동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일본의 쇠퇴가 결정적이 된 시기이다. 현실과 정반대되는 조사 결과는 일본사회 전체의 문제나 경향에 대한 정상성 바이어스의 표명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 없는 낙관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1. 쇠퇴시대의 만족감
일본 내각부는 매년 사회의식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조사에 의하면 2010년대 초반부터 일본 국민들의 사회나 정치를 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서 큰 의문이 떠오른다. 2010년대 초반에는 일본 국민들의 긍정감이나 만족감을 높이게 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시기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일본의 쇠퇴가 결정적이 된 시기이다.
그렇다면 왜 현실과 정반대되는 조사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우선, 일본의 국력 쇠퇴는 주관적으로 자기를 미화하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만들었다. 객관적으로, 번영해가며 타국보다 우월한 상황이 아닌, 몰락하고 있는 것을 실감해가며, 그렇기에 자국의 특징을 긍지로 생각하는 것으로, 그 상실감을 메우려는 심리가 여기에서 보여진다.
대지진, 원자력발전소 사고라는 묵시록적 세계를 보게 된 것은, 자신의 생활수준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추는 효과를 지녔을 것이다. 지금 평온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지금 상황에 대한 만족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인은 인구감소와 초고령화에 의해 경제성장이나 사회보장제도의 지속이 어렵게 된 것을 알고 있다. 특히, 30대 이하의 사람들은 발전 성장의 시대를 알지 못한다. 여기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나쁜 방향으로의 변화일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해, 2000년대의 현상 긍정은 자국의 쇠퇴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는 염원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2. 현상 긍정의 위험함
심리학 용어에 ‘정상성 바이어스’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의 생명,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나 재해가 임박해도 사람은 그 위기를 과소평가하여, 위기에 대한 긴급적인 대응을 취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경향을 정상성 바이어스라 부른다.
일본 내각에서 실시한 사회의식조사는 일본사회 전체의 문제나 경향에 대한 정상성 바이어스의 표명이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 없는 낙관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과거에는 일본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국민레벨의 위기감이 존재했다. 이러한 위기감은 2009년의 민주당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민주당은 높아진 국민의 기대감을 방치했고, 정치의 힘으로 사회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은 소멸하였다.
뒤에 이어진 아베정권은, 말하자면 바닥을 친 기대수준에 편승하여 상대적인 높은 평가를 얻게 된 이점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아베정권하에서도 재정적자는 증가하였고, 빈부의 격차는 컸으며, 지역 간 격차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상이 ‘나쁜 방향으로 향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평가를 하고 있지 않은 것은 명확하다.
사회 전체 레벨의 있어서의 정상성 바이어스는 죽음에 이르는 병인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상성 바이어스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정책을 만드는 관료이다. 금후의 야당 재편에 있어서 적확한 위기감에 기초한 정책과제의 공유라는 작업이 초미의 시급한 과제이다.
민주주의는 끝나는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일본정치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증오와 공포를 이용한 강권정치에 대해 우려하는 야마구치 지로는 민주주의를 끝내지 않기 위해 사고와 행동의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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