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마사루가 글로 풀어낸 것은 조선과 일본,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식민자 2세로서 또 일제의 한 구성원으로서 느낀 자신의 죄책감과 그 고뇌의 결정체였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제국의 구성원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문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
❝나는 곧 나갈 것이고, 쓸 것이다. 계속 써나갈 것이다.
(....) 달콤함, 그것은 이 생활 그 자체로 조롱받고 망해버렸다.
나는 인간정신 속에서 싸워 타도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스러운 것, 비루한 것, 자각하지 못하는 위선, 인종멸시,
그러한 것들을 때려 부수기 위해 싸울 것이다.❞
2.
❝나는 15년 동안 조선에 일본인으로서 있었다.
식민자로서 거기에 있었다.
나는 아이였다고 해보아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 역사란 이를테면 이와 같은 것으로, 내가 아이였으며
무해했을지언정, 나 한 사람만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역사로부터 제외될 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란
이렇게 냉혹한 것이요, 그 정도로 무거운 것이다.❞
3.
❝그곳은 결코 나의 고향이 아니다.
고향이라고 부르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큰 자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낙동강, 하얀 모래, 푸른 하늘, 하늘을 찌르는 큰 포플러나무-.❞
4.
❝나는 지금의 조선으로 나가 이 눈으로 관찰하고,
이 발로 걷고, 이 입으로 음식을 먹고-즉 전신으로
현재의 조선을 앎으로써 나의 오래된 이미지를
깨부수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조선은 일본에 가장 가깝지만, 사실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멀다. 그러나 언젠가 나는 찾아가겠지.❞
금지된 향수
식민자 2세로 일제의 구성원으로서 죄책감과 끝없는 고뇌를 하며 글을 써내려간 포스트콜로니얼 작가, 고바야시 마사루. 차마 ‘그립다’ 할 수 없는 고향과 그 고향에서 기억들을 문학작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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