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깊이 있는 자기 검증을 거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그러자 나치 정권에 고통 받은 인접 국가들도 독일의 노력을 점차 알아주었다. 그러나 일본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1. 인정과 사죄의 독일, 무지와 무시의 일본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과거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유럽사회에서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경제를 부흥시켜 왔다. 그렇다면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떻게 제국주의를 청산해 나갔을까?
우선 독일에 대한 연합국의 기본적인 처리방침이 독일을 움직이게 했다. 1945년 2월에 개최된 얄타회담 선언문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군국주의와 국가사회주의적인 잔재를 제거하고 독일의 공공기관 및 문화, 경제영역에서 나치와 관련된 흔적을 지웠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전범을 정당하고 신속하게 처벌할 수 있었다.
국가배상과 함께 개인배상도 해 나갔다. 나치 시절 강제노역으로 이득을 본 6천5백여 민간 기업이 100억 마르크의 재원을 마련하여 ‘기억·책임·미래재단’(기억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을 설립하여 강제 노동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했다.
이를 시작으로 독일은 1956년에는 연방보상법, 1957년에는 연방변제법 등을 제정하여 나치 정권하에서 박해를 받은 피해자들과 유족에 대한 개인 보상을 실시하였다. 연금, 위로금, 의료비, 유가족 부양비, 교육비 등을 통한 개인 보상은 2030년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아울러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6개국에 생존해 있던 나치 피해자 약 5만 6천여 명에게 10억 달러를 지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나치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아예 없애 무한 추적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렇듯 독일은 과거사에 대해 자발적인 탈나치화를 하면서 ‘정상적인 국가’가 되었고, 유럽 역시 ‘독일이 지속적으로 과거사를 반성하는 한 독일의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라는 암묵적 합의를 지켜왔다.
이에 반해 일본은 어떤가? 독일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멈추지 않는 나치 청산 과정과 비교하면 일본은 한마디로 철면피가 따로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충분히 반성했다.”, “세계 각국은 일본의 반성에 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에 대한 무지’, ‘아시아에 대한 우월의식’, ‘국제적 인권 의식 결여’. 일본은 주변국들의 아픔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 두 나라의 역사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독일과 일본의 역사인식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역사교육의 접근 방법을 들 수 있다. 일본이 “우리가 전범인가?”라고 역사를 부정하는 접근을 시도하는 반면, 독일은 “우리는 전범국가이다.”라고 먼저 인정하고 들어간다. 이러한 교육의 차이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우선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선조들의 잘못을 알게 되면 존경심이 사라져 일본식 화(和)가 깨지니 자랑스럽지도 않은 역사를 굳이 후손들에게 자세히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쟁에 졌을 뿐 승전국에 비해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것이 아니며, 만일 전쟁에 이겼다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전쟁은 할아버지 세대가 일으킨 것일 뿐,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며 과거를 망각하고 싶어 한다.
이에 반해 독일의 접근법은 완전히 다르다. 독일 역시 1960년대까지는 과거사에 대해 ‘침묵의 공동체’를 이루었지만, 나치의 충격적인 범죄행위를 전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나치의 핵심 세력들이 독일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일본 정치 고민없이 읽기
일본에 대한 깊은 감정 골보다는 한반도에서 지정학적·외교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으로, 그리고 세계사의 관점에서 미군의 각종 보급과 병참의 통로인 일본으로서 일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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