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58년 일본수출입은행을 통해 인도에 최초로 유상 자금협력을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국제원조를 시작했다. 일찍부터 국제원조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본의 꿍꿍이가 숨겨져 있다.
1. 순수하지 못했던 일본의 국제원조
‘빈곤’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이슈화 되어 온 문제이다. 빈곤은 특히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필요로 한다. 일본은 ‘국제원조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 이를 활용해왔다.
일본은 1954년 10월 6일 콜롬보 플랜(colombo plan)에 가입하면서 정부 주도하에 기술협력 중심의 경제협력을 시작하였고, 1958년 일본수출입은행을 통해 인도에 최초로 유상 자금협력을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국제원조를 시작했다.
그러나 1950년대에 이루어진 일본의 ODA(공적개발원조)는 원조보다는 전후 배상의 의미가 강했고, 상업주의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가령 일본은 배상의 대부분을 자본재나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하였다. 이는 자국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해외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이를 통해 일본 경제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초기 ODA 정책은 진정한 의미의 지원이 보다는 자국의 실리 추구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1960년대까지 아시아에 집중되었던 일본의 원조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전 지구적 규모로 확대되었다.
1973년의 오일쇼크를 계기로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할 경우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일본은 ‘자원의 안정적 공급처 확보’를 외교정책의 주요목표로 두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아랍세계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30억 달러의 원조를 약속하고 이스라엘과는 거리를 둔다는 서약을 하였다. 일본 특유의 실용적 자원외교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1970년대 들어 미국의 패권력 쇠퇴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일본은 미국의 정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자국의 원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였다. 예를 들어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베트남에 대한 원조를 동결하였고,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친 소련 괴뢰정권을 수립하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원조를 동결하였다.
자국의 실리만을 추구하는 일본의 원조 정책에 국제 사회의 비난이 잇따랐다. 그러나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ODA’를 정치협력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지하면서, 일본의 국제원조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지 않았다.
2. 일본이 낯간지러운 국제원조를 계속하는 이유
일본 정부는 오늘날에도 일본의 대외원조에서 일본 기업의 수주 비율을 높이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왜 눈에 보이는 이런 낯간지러운 정책을 취하는 것일까? 그것은 일본 기업들이 정부의 경제협력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자사상품의 수출을 위하여 수혜국에 사업계획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일본 기업들이 필요하다고 인정받을 경우 수혜국 정부 대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사업의 성공여부를 조사한 후에 일본 정부에 직접 ODA 차관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는 기업이 조사한 사업계획에 투자하도록 일본 정부를 유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혜국 측에서 특별히 원하는 사업계획이 있을 때 일본 정부에게 ODA 차관을 요청하기 전에 일본 기업에게 먼저 자문을 요청하여 기술적인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일본 기업은 일본의 ODA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정책결정기구보다도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공식 문서에서 개발 원조를 제공하는 목적이 제3세계국가에 기술과 재정지원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의 개발원조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더 민감하게 움직여 왔다. 특히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일본의 개발원조는 일본기업의 직접투자진출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일본 상품의 수출 증가를 목적으로 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의 무역과 투자, 그리고 ODA가 삼위일체를 이루어 점차 그 영향력을 확대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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