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한국의 2대 명절로 여겨진다. 한국인들은 추석을 맞아 송편을 빚고 차례상을 차린다. 추석을 기념한다는 것은 이처럼 음식 마련과 차례 의행의 시행으로 요약된다. 특히 송편은 추석을 대표하는 절식이다. 송편은 언제부터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을까?
1. 농공 격려와 감사 음식으로서의 전통

힘든 농사일에 대한 감사와 격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송편의 쓰임새 중 하나이다. 이러한 ‘농공 관련 풍속’은 주로 2월 1일 노비일, 6월 15일 유두, 7월 7일 칠석, 7월 15일 백중과 복날에 행해졌다.
노비일에 주인들은 한 해의 농사 준비를 위해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한턱내어 머슴들을 위로하였다. 송편도 머슴들을 대접하기 위한 상에 올랐다.
대접 방식은 지역마다 달랐다. 충주에서는 힘을 내라는 의미로 손바닥만한 송편을 만들어서 대접했고, 홍천에서는 대접한다는 의미로 송편, 옷 한 벌, 용돈을 주었다.
유두는 신라시대부터 전해지는 우리 고유의 풍속으로, 나쁜 일을 떨어 버리기 위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이 있었다.
유두는 또한 예로부터 ‘농사 명절’이라 불리우기도 했다. 농사의 가장 바쁜 시기를 넘긴 농민들은 이날 하루 일하지 않고 쉬었다. 충북 영동과 청원에서는 송편과 밀전병을 준비해 풍년기원을 비는 고사를 지냈고, 전북 정읍에서는 술과 송편을 마련해 마을잔치를 벌였다.
이처럼 ‘농공 격려’의 성격이 강했던 송편 빚기 풍속은 음력 7월이 넘어가면서 ‘농공 감사’의 성격의 송편 빚기 풍속으로 바뀐다. 7월은 수확을 기다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7월 7일 칠석, 7월 15일 백중, 복날에 일꾼들의 그간 노고에 감사하는 행사를 가졌다.
칠월 칠석 전북 고창에서는 송편 등의 음식을 준비해 마을 잔치를 벌였고, 백중날 강원도 강릉에서는 세벌매기가 끝났다 하여 ‘세서회’ 행사를 행했으며, 복날 경북 문경에서는 송편을 만들어 용제를 지내고 농사일을 하느라 수고한 일꾼들을 대접했다.
이처럼 송편은 추석의 대표절식으로 자리 잡기 이전, 주로 벼 농사일에 애쓴 일꾼들에 감사하는데 쓰였다. 이는 추석 기념 의례가 벼농사 풍년기원 및 추수감사와 함께 농공감사제의 성격에 기반하며, 의례 음식으로서 송편을 마련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송편의 추석 대표 음식화는 이처럼 송편을 농공에 대한 격려와 감사의 음식으로 여기는 식문화의 전통 속에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쌀 생산량의 증가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10월에 벼를 수확한다. 즉, 9월 중순의 추석 즈음은 쌀의 공급이 가장 부족한 때에 해당한다.
특히 지금보다 쌀의 공급물량이 여유롭지 않았던 전통 시기에 쌀로 송편을 만들기에는 곤란했을 것이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듯 19세기 세시기에서 송편은 추석 음식으로서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송편이 추석 절식으로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쌀의 생산량이 늘어 추석 즈음에도 공급이 여유로워진 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경북 의성군 사곡면 공정3리에 위치한 용소마을에서는 추석에 햇곡이 나지 않아 9월 9일에 차례를 지냈다. 하지만 통일벼가 나오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추석에 햇곡을 수확할 수 있게 되면서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있다.
또한 강원도 태백시 상사미동 상사마을의 경우에도 예전에는 쌀이 귀해서 추석에도 송편을 빚지 못하고 대신 감자나 귀리쌀로 떡을 빚었다. 이들 두 마을의 사례는 통일벼 생산이 식량 자급과 함께 추석음식으로서 송편의 대중화에 끼친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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