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대표적인 K-푸드이다. 놀랍게도 김치의 빨간색을 내는 고추는 외래로부터 전래됐으며, 전래 초기에는 맹독성 식물로 인식되었다. 고추는 어떻게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김치의 재료로 수용될 수 있었을까?
1. 붉은 색에 벽사의 기능이 있다고 믿은 우리 민족

한민족은 예로부터 양의 기운을 지닌 붉은 색이 액운과 귀신을 몰아낸다고 믿었다. 동짓날에 붉은 색의 팥으로 쑨 죽을 집안 곳곳에 뿌리거나 대보름에 팥을 넣어 만든 오곡밥을 집 주변에 뿌려 액운과 잡귀를 쫓는 풍습 모두 이러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세시풍속》에는 고추의 민간 신앙적 쓰임의 사례가 기록되어 있다. 기록에 따르면 경남 고성 하일에서는 장항아리에 금줄을 두르고 고추, 대추, 깨, 숯을 장속에 넣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잡귀가 침범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간장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또한 장을 담근 후에 장의 색깔이 곱기를 기원하며 장항아리에 고추를 넣기도 했다.
이처럼 민간 신앙의 의미를 담아 만들어진 간장은 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음식의 간을 맞추는데 쓰였으며, 당연히 김치를 담글 때도 사용되었다. 그런데 간장이 민간 신앙의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면 이 간장을 사용한 음식에도 고추와 관련된 민간 신앙이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붉은 색에 벽사의 기능이 있다고 믿은 우리 민족의 ‘붉은 색의 대한 인식’과 ‘민간 신앙’은 우리 민족이 고추를 수용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매운맛을 선호하고 쌈채소를 즐겨먹는 우리 민족

쌈채소는 오랜 세월 우리의 식탁 한쪽을 차지했다. 조선 영조 때에 이익이 평소에 지은 글을 모아 엮은 책인 《성호사설》(제5권 만물문)에는 ‘고려 사람이 생나물(야채 및 채소)로 밥을 쌈 싸 먹는다’는 내용과 함께 ‘조선의 풍속도 이와 같다. 소채 중에 잎이 큰 것은 모두 쌈을 싸서 먹고 상추쌈을 제일로 여기며 집집마다 이를 심는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쌈을 먹을 때에 생고추가 거의 필수적으로 식용된다. 고추가 김치의 재료로 쓰이기 전에 이미 생고추로 식용되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즉 고추는 생채로서 식용되기 시작해 김치에 수용되는 과정을 거쳤다.

우리 민족의 매운맛 선호도 김치의 고추 수용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의하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고추 소비량은 3.3kg, 마늘은 6.6kg, 양파는 26.7kg으로 매운맛을 지닌 이들 3개 품목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무려 36.3kg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한국인 한 사람이 하루에 약 100g의 매운 식재료를 섭취하고, 한국 국민 전체는 연간 16만 5천 톤의 고추를 소비하는 셈이다. 한국인이 얼마만큼 매운맛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고추가 쓰이기 전 주로 김치의 매운맛을 담당한 것은 천피나 마늘이다. 그리고 이는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13세기 무렵의 원나라 서적, 『거가필용』에 마늘, 생강, 초 등이 등장하고, 15세기의 『사가집』(제51권)에 생강, 마늘, 파, 자소(소엽)가 출현했다. 또한 『동의보감』에 천초가루로 만든 천초장이 등장했으며, 『음식디미방』(후추, 천초, 생강, 마늘, 자소잎)과 『고사촬요』(1554) (생강, 파, 마늘), 그리고 『산림경제』(마늘, 회향, 산초, 생강)에도 여러 향신성 채소가 나타난다.
16세기 중‧후반을 전후해 전래된 고추는 산초와 후추가 지녔던 맵고 자극적인 맛 외에도 채소로서의 식감도 지니고 있었으며, 생산량이 많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와 같은 장점을 앞세워 식용되기 시작한 고추는 점차 그 수요가 확대돼 김치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로 자리 잡았다.
한국 문화의 발달 배경과 특징 | 김용갑.박혜경
한국 문화의 발달 배경과 문화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대표적인 여러 한국 문화를 다루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설명은 한국어와 영어로 쓰여져 한반도의 문화적 특징을 전
www.aladin.co.kr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다시 쓰는 한국 풍속 | 김용갑.박혜경
풍속이란 예로부터 한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나 한 시대의 사회·문화적 양상을 말한다. 이 책은 한국의 전통 시기와 연결될 수 있는 민속 현장의 지역 풍속을 한데 담아
www.aladin.co.kr
'책으로 나누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간과 로봇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0) | 2025.09.03 |
|---|---|
| 전쟁에 울고 웃은 일본 경제 (1) | 2025.09.01 |
|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5) | 2025.08.26 |
| 지속 가능한 기후 처방 (0) | 2025.08.20 |
| 같이의 가치로 생활을 변주하다 - 코하우징의 생활 (2) | 2025.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