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일본의 토지 가격은 약 50배나 급등했다. 비정상적인 시스템 위에서 일본 경제는 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1990년 들어 부동산 자본주의는 붕괴되었고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1. 1억 명 부동산업자
‘버블’이란 내재가치에 비해 시장가격이 과대평가될 때 쓰이는 비이성적인 투기행위를 일컫는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일본의 토지 가격은 약 50배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배 올랐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땅값의 실질 가치가 25배 급등한 것이었다. 고도경제성장기 일본인들에게 ‘토지 불패 신화’는 현실 그 자체였다.
오를 때는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관성의 법칙에 따라 계속 오르려는 속성이 있어서 이른바 일본 6대 도시의 지가는 3.7배까지 급등했다. 지가가 상승하는 와중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6%에서 2.5%까지 떨어뜨리자, 은행들은 대출 경쟁을 벌였고, LTV가 120% 가능했기 때문에 누구라도 토지만 있으면 이를 담보로 자금을 끌어들여 다른 저렴한 땅을 사고, 이렇게 사 놓은 땅의 지가가 오르면 또다시 토지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또 다른 토지를 구매하는 이상한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부자 동네로 유명한 도쿄의 미나토구에서 시작된 부동산 광풍은 요코하마, 가나가와, 사이타마, 치바 등 관동평야 전체로 번져 나갔다. 비정상적인 시스템 속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부동산업자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면서 패닉 바잉이 시작되었다. 또한 불안한 시장 심리 탓에 매점 매석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2. 부동산 자본주의의 붕괴
1990년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본 중앙은행은 1991년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물론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못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걸프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가 올랐고, 물가가 오르니 금리를 인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일본은행은 또다시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율 상승, 3%의 소비세 부담, 대출총량규제에 따른 대출 불가. 이 세 가지 정책이 한꺼번에 시행되자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던 사람들이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 원금과 이자에 부담을 느낀 개인, 부동산업자, 법인들이 물건을 내놓으면서 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 주었던 은행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부동산 물건을 압류하여 경매로 내놓았다. 그러나 담보로 잡은 토지와 건물을 팔아도 대출한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여 기업의 부실채권이 발생하였고, 이에 은행 경영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결국 은행은 살아남기 위해 빌려줬던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의 부도와 이를 견디지 못한 은행의 도산이라는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잃어버린 30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장기침체의 함정에 일단 빠지게 되면 탈출이 매우 힘들다. 여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의 탈출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덜하거나 비정규직의 비율을 크게 늘렸다. 취업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내수시장도 동시에 침체되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6대 도시 중 3대 권역에 해당하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만 지가가 오를 뿐 지방은 아직도 30년 전 버블 전성기의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30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잃어버린’이란 단어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어쩌다 시작되었나
한국의 부동산은 일본의 부동산 폭등과 유사한 점이 있다. 우리가 일본 부동산과 유사한 점은 은행 빚으로 쌓아 올린 부동산 자산이 언젠가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
www.aladin.co.kr
'책으로 나누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학당 수괴’의 유골을 추적하다 (2) | 2024.07.22 |
---|---|
일본의 차별에 맞선 아이누 민족의 자치자영운동 (1) | 2024.07.18 |
현대인의 위험한 생활환경 (0) | 2024.07.15 |
일본 3대 재벌의 흥망 (0) | 2024.07.11 |
열화되는 리더십 (0) | 202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