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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나누는 이야기

파손된 민주주의의 가드레일

by 어문학사 2023. 4. 25.
최근 몇 년간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권력의 집중과 폭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는 여기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 온 룰

 

출처: 서울신문

 

 

영국의 문학가 포스터는(E. M. Foster)는 나의 신조라는 에세이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민주주의에는 두 번 만세를 부르자첫 번째는 다양성을 허락하는 것에두 번째는 비판을 허락하는 것에” 그의 말대로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지키고비판할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결하다즉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표리일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유와 다양성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존엄을 지키고타자에 대해서 경의를 지니는 관례를 권력자가 옹호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축구경기에서 다친 사람이 나오면 상대 팀은다친 사람이 나와 상대편이 한 사람 줄어든 유리한 상황이 됨에도 불구하고볼을 라인 밖으로 차서 시합을 멈춘다시합을 재개할 때에는다친 사람이 나온 팀이 상대방에 볼을 넘겨주고 재개한다이것이 규칙 매뉴얼에는 없으나선수가 공유하는 상식이다.
 
정치라는 활동에도 이와 같은 매너가 필요하다다시 말해 상호적 관용과 조직적 자제가 유연한 가드레일이 필요하다먼저 상호적 관용이란 권력을 둘러싸고 싸우는 라이벌 정치가나 정당을 민주정치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의견을 달리하여 권력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권력투쟁은 야구의 시합과도 같은 것이다시합 중에는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나상대가 없어지면 게임은 성립되지 않는다그렇기에민주주의하에서 활동하는 정치가는 반대 세력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또한특정한 지도자가 이끄는 정부는 민주주의 정치체제 위에 존재하고 있다정치체제를 지지하는 한특정 정부에 대한 비판은 자유이다권력자는 비판적인 세력도 같은 민주주의 체제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직적 자제란 정부권력을 잡은 지도자나 정당이권력의 욕망에 이끌리게 되어도어디까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으면 안 된다며 자신의 욕망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그것은 개인의 도덕이 아니라정치가라는 직업에 공통된 에티켓이므로 조직적이라고 지블랫 등은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과거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임기에 제약이 없었으나역대 대통령은 2기가 끝나면 퇴임했다군이나 경찰을 권력자의 사병으로 이용하고반대 세력을 억압하는 것도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본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명문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더라도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권력자가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해 광범위한 합의가 존재했다그리고 지금까지의 정치가는 이것들을 지켜왔다.

 

 

 

 

2. 상호적 관용과 조직적 자제의 쇠퇴

 

출처: 한겨레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선을 무시한 고(아베나 트럼프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열화를 가져왔다과거 일본에서는 중의원의 중선거구제가 정치가의 상호적 관용을 지탱해주었다중선거구제에 의해 같은 선거구에 자민당 의원과 야당 의원이 공존하였고이들은 같은 지역의 대표로서 서로에 대한 경의를 지니고 있었다당파를 초월한 상호 존중은 의회운영에 있어서 타협이나 협조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아베나 트럼프 유형의 지도자는 유연한 가드레일을 추돌하여 권력을 행사해 버린다아베에게 있어 야당 의원이란 함께 민주정치를 만들어 갈 경쟁적공존의 상대가 아닌 섬멸해야 할 적이었다국회 심의에서 보여준 야당 의원에 대한 적대적 자세는 상호적 관용의 소멸을 보여준다.
 
조직적 자제도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일본에서는 헌법질서의 안정을 위해서일상적인 입법에 있어서 헌법과 정합성을 체크하는 방식이 긴 세월 의미를 지녀왔다역대 자민당내각도 내각법제국의 자율성을 존중했다.
 
그러나 아베정권은 집단적자위권의 행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헌법해석의 변경을 꾀하여내각법제국의 인사에 개입했다집단적자위권의 행사가 헌법9조에 위반한다는 종래의 법제국 견해를 변경하기 위해서 장관은 내부로부터 승진한다는 관례를 깬 것이다아베정권이 임명한 장관이 헌법9조의 해석을 변경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전문성과 중립성을 위해 자율적으로 존재하는 공적기간에 개입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하는 보증을 얻거나내지는 공적기관을 자신의 당파색으로 칠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끝나는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일본정치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증오와 공포를 이용한 강권정치에 대해 우려하는 야마구치 지로는 민주주의를 끝내지 않기 위해 사고와 행동의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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