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선진국의 유해 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 반입하는 일은 양측의 합의하에 수차례 이루어졌다. 코코 투기 사건은 이러한 관행을 바꾼 사건이다.
1. 코코 투기 사건
선진국이 자국의 유해 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 보내는 것을 ‘제3세계 투기(Third World Dumping)’라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이를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85년 한 해 동안 유럽에서 국경을 이동한 유해 폐기물의 양은 무려 300만 톤에 달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대량 산업 쓰레기를 해외로 보냈다.
‘코코 투기 사건’은 이러한 관행을 바꾼 사건이다. 나이지리아의 한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이탈리아인이 나이지리인과 공모해 1987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이탈리아로부터 3,884만 톤에 달하는 유해 폐기물을 화학제품으로 위장 반입해 나이지리아 벤델주의 코코항에 방치하였다. 방치되어 있던 유해 폐기물에서 나온 침출수로 식수가 오염되고 유독성 가스가 대기로 이동하면서 코코항 인근 주민들에게서는 각종 질병이 발생하였다. 또한 나이지리아 정부는 오염 지역을 정화하고 환자를 치료하느라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진국의 유해 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 반입하는 일은 양측의 합의하에 수차례 이루어졌다. 그러나 코코 투기 사건을 계기로 나이지리아는 환경오염으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타국의 산업폐기물을 수입하지 말 것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호소했다. 선진국에 대해서는 자국의 이익만을 꾀한 수출을 더 이상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같은 해 아프리카 연합기구(Organization of African Unity)는 타국의 산업 쓰레기 수입 금지를 회원국들에게 촉구했다. 세계은행 역시 유해물질의 국제 거래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차관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 유해물질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 협약들과 그 실효성
코코 투기 사건은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에 관한 규제의 첫 걸음이 되었다.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올라 이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 협약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차에 코코 투기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1989년 3월 22일 스위스 바젤에서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 채택되었다.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이라 불리는 이 협약은 1992년 발효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994년 비준했다.
바젤협약은 규제 대상 폐기물의 종류를 명시하고 수출입에 관한 규약 및 책무를 정하며, 수입국과 수출국, 통과국에 이르기까지 유해 폐기물 이동 시 사전에 통보해 의무적으로 동의를 얻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유해 폐기물을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국가에 보내는 것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유해물질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기 위한 또 다른 국제협약이 200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채택되었다. ‘스톡홀름 협약(Stockholm Convention)’은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POPs: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로 인해 초래되는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위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다이옥신, 디디티, 퓨란 등 더러운 12가지(Dirty Dozen)라 불리는 난분해성 물질을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분해될 때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이러한 물질은 일단 자연계에 방출되면 전 지구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 협약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2004년 발효되었고 우리나라는 2002년 비준했다.
이처럼 코코 투기 사건을 계기로 유해물질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졌다. 그렇다면 그 실효성은 어느 정도일까? 실제로 바젤 협약 이후 국가 간 유해 폐기물 이동은 크게 줄어들었다. 로테르담협약을 통해 자국에서 사용 금지된 유해화학물질을 생산해 타국에 판매하는 행위에는 보다 강력한 규제가 가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 북한과 대만의 핵폐기물 거래에서 보듯이 국제 협약은 해당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또 협약에 참여했다 해도 감시의 눈을 교묘히 피해 일어나는 국제적 환경 범죄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재난과 인류의 생존전략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형태의 환경 재난을 발생 배경과 원인, 전개 과정, 결과와 피해, 후속 대책 등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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