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불황, 인구감소…. 2010년대 초반은 일본이 결정적으로 쇠퇴한 시기였다. 그런데 이 시기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사회의식조사의 결과를 보면 사회에 대한 만족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왜일까?
1. 현실과 다른 조사 결과
일본 내각부는 매년 사회의식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림 1>은 사회의식조사 가운데 ‘사회전체의 만족도’에 관한 응답 결과이다. ‘만족하고 있다’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44%에서 65%까지 상승한 것에 비해 ‘만족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55%에서 33%까지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를 봐도 사회에 대한 만족도가 2010년대 전반기부터 급격히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10년대 초반은 일본이 결정적으로 쇠퇴한 시기였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일본사회를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고,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의 지위를 잃었으며, 2010년을 마지막으로 인구감소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조사에서는 어째서 현실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일까? 자국의 국력 쇠퇴는 자국을 미화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만들었다. 자국이 몰락하고 있음을 실감했기 때문에 자국의 특징을 긍지로 삼는 것으로 그 상실감을 메우려고 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현상 긍정의 분위기’는 1980년대의 생활보수주의와는 크게 다르다. 1980년대의 생활보수주의는 일본이 경제 대국에 오른 것에 기초하고 있었다. 일본식 장기안정고용이나 일본적 경제관행으로 이룩해 낸 풍요로운 생활을 지키는 것이 보수화의 내용이었다.
이에 반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현상 긍정’은 사회경제적인 전제를 크게 다르게 하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일본인은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30대 이하의 일본인들은 발전 성장의 시대를 알지 못한다. 다시 말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현상 긍정은 쇠퇴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는 염원의 발현이다.
2. 현상 긍정은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한다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이 임박해도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위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취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르켜 ‘정상성 바이어스’라 부른다.
사회의식조사 결과는 일본사회 전체의 문제에 대한 정상성 바이어스의 표명이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구감소, 재정적자, 지방쇠퇴…. 국내외에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와중에 ‘나쁜 방향으로 향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일까? 하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객관적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 전체에 있어서 정상성 바이어스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누구보다 먼저 정상성 바이어스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정책을 만드는 관료이다. 적확한 위기감에 기초한 정책과제의 공유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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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일본정치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증오와 공포를 이용한 강권정치에 대해 우려하는 야마구치 지로는 민주주의를 끝내지 않기 위해 사고와 행동의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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