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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나누는 이야기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은 이유

by 어문학사 2024. 5. 21.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의 시대가 종식된 이후의 세계에서는 대표민주제와 시장 시스템이 수많은 나라에 있어 자명한 전제가 되어, 그 틀 내에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쿠야마의 예언은 틀렸다.

 

 

 

 

 

 

 

1. 민주화의 패러독스

 

출처: 시사저널

 

 

1960년대 이후 학생운동, 여성해방운동, 공민권운동 등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 민주주의를 향유하는, 민주정치의 폐색을 타파하려는 운동이 퍼져나간 것이다. 그 결과 종래에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권리를 획득하였고, 사회는 다양화되었다.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는 민주주의는 고정적인 제도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의 태제에 따르면 이급시민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통해 민주화의 정도가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 독립선언문에는 모든 인간(all men)은 신에 의해 평등하게 만들어져 빼앗길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문장이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이 쓰여진 때로부터 1세기 반에 이르는 동안 모든 인간 백인 남성만을 의미했다. 이후 흑인, 여성, 이민자들이 자신들도 인간이라고 주장하여 평등과 권리를 획득했다. 올바른 민주주의의 프로세스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질림과 반발이 퍼져나가지 시작했다.
 
종래 사회의 다수파였던 사람들은 흑인, 여성, 이민자들에게 따라잡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따라잡힌 것이 아닌 진정한 평등이 실현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에서는 모든 민족, 종교, 성에 권리를 인정하는 보편주의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 남성만이 사회의 상부에 군림하던 시대를 안정된 시대라고 여기는 잘못된 노스텔지어가 퍼져나간 것이다.
 
여성이나 소수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발언을 공적인 장소에서 하는 것은 1970년대 이후 이미 터부시되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차별발언을 반복하는 것으로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이후 정치가는 거짓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이 무너졌다. 정확한 정보의 공유, 성실한 발언, 이성적인 토론이라는 민주정치의 전제조건이 붕괴된 것이다.

 

 

 

 

 

2. 중산층의 붕괴

 

출처: 한국일보

 

 

경제 환경과 민주주의는 궤를 같이 한다. 민주주의의 안정화 시대라고 평가되는 전후는 경제와 복지가 모두 탄탄한 시대였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노동자에게도 분배되었고, 생활에 관한 리스크는 공공부문이 커버했다. <화씨 911>에서 그려진 미시간주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의 안정된 생활은 이 시대의 정경이었다.
 
그러나 사회주의체제의 붕괴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석권은 선진국의 경제 환경을 크게 변모시켰다. 첫 번째 변화는 포디즘의 붕괴이다. 선진국에서는 소비 생활이 포화상태에 달하여 물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한편, 저임금을 원할 시 생산거점을 외국에 이전하는 것이 용이해지면서, 더 이상 국내의 노동자를 후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포디즘 붕괴로 인한 고용의 불안정화이다. 기업은 경기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을 고정비에서 변동비로 전환했다.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세 번째 변화는 정부의 재분배기능 저하이다. 20세기 후반의 복지국가의 정부는 법인세나 누진소득세를 통해 세입을 확보하여, 노동자나 저소득자에 대한 재분배를 행했다. 또한 사회보험에 있어서도 고용주부담이 중요한 재원이 됐다. 그러나 글로벌화의 시대가 시작되고 기업은 조세나 사회보험부담을 기피하여 외국으로 자유로이 이전하게 되었다. 정부는 고용을 확보하여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업을 붙들어 맬 필요에 쫓겨 법인세나 부유층에 대한 누진과세를 경감시키는 것도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기업에서 안정적인 고용을 얻어 풍요로운 생활을 향유한 중간층은 해체되었다. 불안정한 경제 환경은 과거 중간층이었던 사람들의 정치의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몰락한 중간층은 기성정당으로부터 이반하여, 서민의 편을 표방하는 신기한 리더나 정당을 지지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끝나는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일본정치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증오와 공포를 이용한 강권정치에 대해 우려하는 야마구치 지로는 민주주의를 끝내지 않기 위해 사고와 행동의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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