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돈 문제로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피해 사실에 관한 명확한 인정과 사죄이다. 진정한 사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피해 사실에 관한 인정이 필요할 것이다.
1. ‘위안부’ 문제에 나타나 있는 일본의 역사인식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정치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일본의 정치인들은 ‘위안부’를 연행할 때 ‘군‧관청에 의한’ ‘폭행‧협박을 사용한 연행’이 없었고, 따라서 일본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와 반면 일본 이외의 세계에서는 군 위안소에서 여성들이 심한 일을 당한 것은 사실이며 이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인식이 확립되어 있다. 예컨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4년 4월 한국을 방문할 당시 “이것은 무서울 정도이다. 실로 심한 인권침해이다. 여성들이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이런 폭력을 당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군 위안소에서 여성들이 어떤 심한 일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는데, 이 또한 일본 이외의 나라들이 공유하고 있는 인식과는 반대된다.
재미 작가 레이제이 아키히코는 인신 거래(인신매매) 문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현재 미국적인 인권 감각에서 보자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빚을 져, 매춘업자에게 팔려나가 업자의 재산권 확보 입장에서 사실상 신변을 구속당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것은 ‘인신매매’이고 ‘성노예’라고 간주합니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는 팡틴이라는 여성이 싱글 맘으로 경제적 곤경으로부터 매춘부가 되는 설정이 있는데 ‘강제 연행은 없었다’라는 것이 문제없다는 주장은 그녀의 고통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두 번째 강간에 가까운 행위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일본은 현재진행형으로 ‘여성의 권리에 자각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일본에서 강한 어조로 주장되고 있는 논의는 이러한 인식구조의 발전에 뒤떨어진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책임을 인정하면 일본인의 자긍심을 잃어버린다는 강한 발상이 있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제대로 해명하는 것이 일본인의 자긍심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2. 진정한 사죄와 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내각에서 아시아 여성 기금이 만들어졌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이 기금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아시아 여성기금에서 일정한 금전적 지급이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상금은 민간에서 모은 모금으로 지급되는, 다시 말해 일본 정부로부터의 모상금은 1엔도 나오지 않는다는 선을 무너뜨리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가 돈을 내고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료지원금이고 보상금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책임은 없지만, 안타까우니까 의료지원금을 내는 것이 된다.
아시아 여성 기금이 만들어졌을 당시 내각 외정심의실 담당자는 “아시아 여성 기금이라는 것은 일본 정부가 보상금을 1엔도 내지 않는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라고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와중에 NHK 모미 회장은 피해 여성들이 돈을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돈 문제로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얼마 전 실시한 사정 청취를 통해 그녀들은 돈이 아니라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인정할 것을 무엇보다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는 재산 및 경제적 청구권의 협정으로 해결했다고 할 수 없다. 중대한 인권침해를 인정한 단계에서 비로소 배상과 보상이라는 문제를 꺼낼 수 있는 것이다.
역사를 배우는 사람들
16명의 역사학자가 일본에서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역사적으로 검토한 책.검토한 역사적 문제들은 도쿄역사과학연구회가 창립 50주년에 맞이하여 각각의 집필자가 현대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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