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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나누는 이야기

대재난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by 어문학사 2024. 2. 20.
일본 내각부가 매년 실시하는 사회의식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부터 일본 국민이 정치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201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일본 국민이 자국에 긍지를 가질만한 일이 거의 없었다. 왜 현실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일까?

 

 

 

 

 

 

 

1.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근거 없는 낙관

 

<그림 1>. 사회 전체의 만족도

 

 

일본 내각부는 매년 사회의식조사를 실시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부터 일본 국민들이 정치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그림 1> 사회 전체의 만족도에 관한 질문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45%에서 65%까지 상승한 반면, ‘만족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55%에서 33%까지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항목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출처: 한국일보

 

 

201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동일본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라는 큰 사건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일본 국민이 자국에 긍지를 가질만한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왜 현실과 반대되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일까?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라는 묵시록적 세계를 목격한 일본인들은 자신의 생활수준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췄다. 대재난이 지금 평온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지금 상황에 대한 만족을 촉진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 긍정의 분위기는 1980년대의 생활보수주의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1980년대의 생활보수주의는 일본 경제가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2010년대의 보수의식은 사회경제적인 전제를 크게 다르게 하고 있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일본인은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등에 의해 경제 성장이나 사회보장제도의 지속이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30대 이하의 사람들은 발전 성장의 시대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나쁜 방향으로의 변화일 거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다. 다시 말해 2000년대의 현상 긍정 쇠약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는 염원의 발현이다.

 

 

 

 

 

2. 현상 긍정, 왜 위험한가?

 

출처: 중앙일보

 

 

정상성 바이어스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재해가 임박해도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과소평가한 나머지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위험한 현상을 통상적인 세계의 범위 내라고 간주하여, 아직 괜찮다는 반응을 취하려 하는 것에서 이 경향을 정상성 바이어스라 부른다.
 
사회의식조사는 일본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정상성 바이어스의 표명이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산적한 문제를 두고 나쁜 방향으로 향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그들이 객관적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분명 사회 전체에 있어서 정상성 바이어스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정상성 바이어스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정책을 만드는 정치가와 관료이다. 적확한 위기감에 기초한 정책과제의 공유라는 작업이 초미의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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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일본정치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증오와 공포를 이용한 강권정치에 대해 우려하는 야마구치 지로는 민주주의를 끝내지 않기 위해 사고와 행동의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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