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진정한 사죄가 먼저다
일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돈문제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의 인정과 사죄를 무엇보다도 원하고 있다.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가 이루어진 후에 비로소 배상‧보상 문제를 논할 수 있다.
1. ‘위안부’ 문제에서 드러난 일본의 역사 인식
1991년은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 50주년에 해당하는 해였다. 이에 일본의 역사 연구가들은 이 문제를 다룬 심포지엄을 개최하곤 했다. 당시 심포지엄의 화두 중 하나는 ‘국회에서 과거 전쟁에 대한 사죄의 결의가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는 일본의 역사 인식으로 연결된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일본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는 이러한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위안부’를 연행할 때 ‘군‧관청에 의한’ ‘폭행‧협박을 사용한 연행’이 없었고, 따라서 일본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본 이외의 세계에서는 군 위안소에서 여성들이 심한 일을 당한 것은 사실이며 이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인식이 확립되어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4년 4월 한국을 방문할 당시 “이것은 무서울 정도이다. 실로 심한 인권침해이다. 여성들이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이런 폭력을 당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군 위안소에서 여성들이 어떤 심한 일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는데, 이 또한 일본 이외의 나라들이 공유하고 있는 인식과는 반대된다.
재미 작가 레이제이 아키히코는 인신 거래(인신매매) 문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현재 미국적인 인권 감각에서 보자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빚을 져, 매춘업자에게 팔려나가 업자의 재산권 확보 입장에서 사실상 신변을 구속당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것은 ‘인신매매’이고 ‘성노예’라고 간주합니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는 팡틴이라는 여성이 싱글 맘으로 경제적 곤경으로부터 매춘부가 되는 설정이 있는데 ‘강제 연행은 없었다’라는 것이 문제없다는 주장은 그녀의 고통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두 번째 강간에 가까운 행위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일본은 현재진행형으로 ‘여성의 권리에 자각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일본에서 강한 어조로 주장되고 있는 논의는 이러한 인식구조의 발전에 뒤떨어진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책임을 인정하면 일본인의 자긍심을 잃어버린다는 강한 발상이 자리하고 있다.
2. 인정과 사죄가 먼저다
1965년의 한일조약과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유상‧무상 5억 달러의 자금이 한국에 현물과 역무로 지급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떠한 의미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배상이라고 할 수 없다.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였고, 따라서 한국에 지급된 현물과 역무를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내각에서 만들어진 아시아 여성기금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시아 여성기금이 만들어질 당시 내각 의정심의실 담당자는 “아시아 여성 기금이라는 것은 일본 정부가 보상금을 1엔도 내지 않는 시스템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의정심의실 담당자의 이 말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의 보상금은 1엔도 나오지 않는데 과연 일본 정부가 책임을 다하였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주장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돈문제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보여진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의 인정과 사죄를 무엇보다도 원하고 있다.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채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억지다.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가 이루어진 후에 비로소 배상‧보상 문제를 논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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