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일본에 노벨과학상이 많은 진짜 이유
'日 전문가' 강철구 교수 신간 주목, 韓 과학기술 정책 돌파구 위한 제언…"기초과학 투자 아끼지 말아야"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화수소(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패널용 필름)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전격 발동했다. 단 3개의 품목이었지만 우리의 중요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이어서 규제 직후엔 우리 경제가 금방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일무역분쟁이라 불리는 이 사태는 결국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노력으로 극복했지만 산업 기술 자립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점 등을 통감할 수 있었고, 반면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은 얼마나 높은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한일 간 과학기술 격차는 노벨과학상(물리학상·생리의학상·화학상) 수상자 수 차이를 봐도 알 수 있는데, 차마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응원하기조차 민망할 그 차이는 25대0이다.
한국은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과학기술, 특히 원천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 길을 수월하게 가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먼저 성장을 이룬 이웃 국가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 경제 전문가 강철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일본경제경영연구소장)는 최근 일본 과학기술의 발전사와 일본 노벨과학상 수상자 25인을 시대별로 구분해 살피고, 이를 통해 한국의 과학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탐색한 책 <일본에 노벨과학상이 많은 진짜 이유>를 출간했다.
앞서 저서 <일본 경제 고민없이 읽기>를 통해 한일 경제의 차이를 해설하고, <부동산 버블 붕괴는 어쩌다 시작되었나>를 통해 한일 부동산 경제의 유사점을 파악해 한국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던 강 교수는 이번에는 노벨과학상에 주목했다. <일본에 노벨과학상이 많은 진짜 이유>는 단지 일본 사회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을 통해 한국의 발전을 모색하며 나아가는 책으로 최근 서점가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과학기술과 원천기술은 '정신승리'만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며 "일본의 기술력은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떻게 일본이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을 배출했는지, 일본식 과학기술의 역사적 과정과 패러다임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제대로 분석해 본다면 우리나라가 기초과학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육성하는 데 있어 정책적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천연자원은 빈약하고 유효 인구는 많은 국가의 미래는 과학기술의 진흥이 결정적 요소"라며 "그 기반은 결국 과학 교육을 통해 창조적이고 재능있는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어 나가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부터라도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이공계를 기피하는 국민의식 등이 개선된다면 가능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며 "그 가능성은 국가와 기업, 그리고 연구자가 일체된 모습을 보일 때 빛이 날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 노벨과학상이 많은 진짜 이유>는 일본이 어떻게 해서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효율성과 기술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주는 원천기술을 통한 노벨상 수상자가 그렇게 많이 배출되었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강 교수가 주목한 것 중 하나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다. 한국은 주로 산업계 응용 분야와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일본은 기초과학 발전을 목표로 삼고 이에 집중해 투자해 왔다.
한국은 식민 지배와 한국전쟁 및 분단, IMF 사태 등을 겪으면서 '빠른' 회복과 성장을 도모했다. 그래서 국가 경제 개발에 도움되는 응용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응용은 '기초'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초과학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결국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자처하는 것이다. 강 교수는 앞으로 '기저를 다지는 일'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발전의 밑거름으로서 기초과학 및 순수과학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특유의 장인 정신과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오타쿠적 풍토'가 있다. 이는 한 우물을 파는 연구로 이어져 오랜 시간을 들여 집중력을 발휘하는 과학자들을 낳았다. 반면 한국의 성격을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빨리빨리'다. 실제로 이런 '빨리빨리' 전략은 오랫동안 유효했지만 한국 사회의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빠른 성과'를 중요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 없이 초조한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조급한 성과주의는 한국의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단기적 성과를 노릴 수 있는 분야만을 골라 지원하고, 그에 대한 연구마저 할당된 시간이라는 압박감 속에서 진행되게 한다면 당연히 새로운 도전도, 인내와 신중을 기반으로 한 정밀한 연구도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강 교수는 "빠른 것이 능사가 아니요, 때로는 기다릴 줄 아는 자세로 초조함으로부터 벗어나는 태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출처 및 원문: 머니투데이]
일본에 노벨과학상이 많은 진짜 이유 - 머니투데이
'日 전문가' 강철구 교수 신간 주목, 韓 과학기술 정책 돌파구 위한 제언…"기초과학 투자 아끼지 말아야"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화수소(불화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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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소개한 책]
일본에 노벨과학상이 많은 진짜 이유
『일본 경제 고민없이 읽기』를 통해 한일 경제의 차이를 해설하고, 『부동산 버블 붕괴는 어쩌다 시작되었나』를 통해 한일 부동산 경제의 유사점을 파악해 한국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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